본문 바로가기
(미세)플라스틱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의 실체와 그 숨은 영향

by 4월시작 2025. 5. 11.

1. 마이크로비즈란 무엇인가: 화장품 속 작은 플라스틱

 많은 사람들은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비즈입니다. 마이크로비즈는 크기가 5mm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주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같은 합성물질로 만들어집니다. 화장품에서 이 입자들은 각질 제거, 피부 마사지, 세정 효과를 높이는 데 사용됩니다. 특히 세안제, 스크럽제, 치약, 샴푸, 립밤 같은 제품에 많이 들어가며, 피부에 바르면 거친 입자가 각질을 벗겨내거나 세정 성분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문제는 이 작은 플라스틱들이 세안 후 하수구를 통해 자연으로 흘러들어 가 필터링 없이 강, 바다로 흘러가고, 결국 미세 플라스틱 오염원이 된다는 점입니다.

 

 

2. 마이크로비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마이크로비즈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하수 처리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강과 바다로 유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하수 처리 시설이 대부분의 마이크로비즈를 걸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입자 크기가 너무 작고 밀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출된 마이크로비즈는 해양 환경에서 해양 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거나 플랑크톤, 조개, 물고기 같은 먹이사슬 하위 단계로 흡수됩니다. 결국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자로까지 전달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야생 어류와 갑각류, 심지어 식탁에 오르는 어패류에서 마이크로비즈를 포함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해 낸 바 있습니다. 해양 환경뿐 아니라 민물 생태계, 토양, 공기 중에서도 마이크로비즈의 흔적은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생태계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마이크로비즈의 인체 영향과 건강 우려

 마이크로비즈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피부 표면에서 짧은 시간만 머무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단순한 미용 보조제를 넘어, 인체 건강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우선,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세안제나 스크럽 제품은 피부를 물리적으로 자극하며 각질을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사용은 피부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나 마찰로 인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피부 장벽이 약화되고, 세균이나 외부 오염 물질이 더 쉽게 침투하게 만듭니다. 특히 여드름이나 아토피와 같은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는 이러한 손상이 염증성 반응을 유도하고 피부 트러블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마이크로비즈가 단순히 피부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세안 후 배출된 마이크로비즈는 일반 하수 처리 과정에서 완전히 걸러지지 못한 채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게 되며, 결국 해양 생물의 체내에 축적됩니다. 작은 갑각류나 어류가 이 플라스틱 입자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게 되면,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전달되고, 마침내 인간이 섭취하는 해산물이나 소금, 심지어 생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통되는 정제 소금이나 병입 생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마이크로비즈가 일상적인 식품과 물의 안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이크로비즈의 나노 단위로 쪼개진 플라스틱 입자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들은 혈액-뇌 장벽이나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인체 내부 깊숙한 조직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나노 플라스틱이 장내 세포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면역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만성적인 노출이 이어질 경우, 내분비계 이상, 대사 장애, 심혈관계 질환과의 연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마이크로비즈의 체내 축적과 장기적 건강 영향에 대해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경각심을 갖고 예방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마이크로비즈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와 기업의 역할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권고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일찍이 화장품에 포함된 고형 플라스틱 입자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를 도입했고, 미국은 2015년 ‘마이크로비즈 없는 물 법안(Microbead-Free Waters Act)’을 통과시켜 단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캐나다와 영국, 뉴질랜드 등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으며, 한국 역시 환경부 주도로 세정 제품 내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단순히 산업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인간 건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필연적인 선택입니다.

 

 기업들 또한 이러한 규제 변화에 발맞춰 제품 생산 방식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성분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 대체 성분의 발굴과 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대체 소재로는 호두 껍질 가루, 곡물 가루, 커피 찌꺼기, 소금, 설탕 결정체 등이 있으며, 이들은 피부 자극이 적고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부 화장품 브랜드는 ‘제로 플라스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모든 스크럽 제품을 식물성 재료로 전환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시장의 체질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소비자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비자 한 사람의 선택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구매할 때 ‘마이크로비즈 프리’, ‘무(無)미세플라스틱’ 등과 같은 문구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은 중요합니다. 나아가 성분표를 읽고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아크릴아마이드(PAA)’ 등 미세 플라스틱 유도 성분의 포함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소비자 역량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소비 습관은 개개인의 실천을 넘어, 기업의 제품 전략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데 이바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더 이상 단순히 미용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환경 행위이며, 지구를 위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피부에 좋은지를 기준으로 삼던 소비는 이제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내가 바르는 것이 곧 지구에 닿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책임 있는 선택이 하나의 흐름이 되어야 합니다. 미래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의 욕실 선반 위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의 실체와 그 숨은 영향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의 실체와 그 숨은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