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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 생수, 정수기, 수돗물의 실태

by 4월시작 2025. 5. 22.

1. 식수에 스며든 위협: 미세 플라스틱 오염 실태

최근 들어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위해 생수나 정수기를 사용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믿고 마시는 식수에서도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이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오르비 미디어(Orb Media)와 뉴욕주립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1개국의 생수 브랜드 대부분에서 리터당 평균 325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되었으며, 일부 제품에서는 10,000개 이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으며, 우리가 마시는 생수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생수 제조 공정 중 병 마감재나 플라스틱 병 자체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 입자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한 물 취수 과정에서 이미 오염된 원수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도 다수의 생수 브랜드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가 보도되며 불안감이 커졌고, 생수는 더 이상 ‘청정수’의 대명사로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미세 입자들이 대부분 5mm 이하의 크기로, 우리의 장기나 혈액 내로 쉽게 흡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까지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호르몬 교란 물질이 축적되거나 장내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처럼 면역 시스템이 민감한 집단에서는 위험성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단순히 ‘불쾌한 불순물’이 아닌, 공중보건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정수기와 필터 시스템: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정수기는 가정에서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으로 여겨지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정수기 필터를 통해 수돗물의 불순물이나 염소, 중금속 등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변수 앞에서 정수기의 실제 성능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정수기 필터는 활성탄이나 세라믹, UF(초여과) 혹은 RO(역삼투압)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모든 유형이 미세 플라스틱을 완벽히 걸러내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활성탄 필터는 화학물질 흡착에 강점을 보이지만, 1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RO 시스템은 0.0001 마이크로미터까지 걸러낼 수 있어 이론상 미세 플라스틱 제거에 효과적이지만, 필터 교체 주기를 넘기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며, 고비용과 폐수 발생 등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또한, 일부 저가형 정수기 제품이나 카트리지 타입 필터는 필터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플라스틱 부유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외 정수기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이 미세 플라스틱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시험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단순한 브랜드 마케팅에 의존하지 말고, 필터의 입자 제거 성능 수치(Nominal Micron Rating)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며, 정기적인 필터 교체를 통해 위생적인 수질을 유지해야 합니다. 결국, 정수기만으로는 완전한 안심이 불가능하며, 물의 원천부터 오염을 막는 근본적인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 생수, 정수기, 수돗물의 실태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 생수, 정수기, 수돗물의 실태

3. 수돗물 속 미세 플라스틱: ‘안심’이라는 환상

수돗물은 많은 국가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공급되는 식수원이지만, 수돗물 역시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2017년 가디언 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수돗물 샘플 중 약 8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의 수돗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례가 보고되었고, 이에 따라 국민적 불안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돗물은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정수 처리 시스템을 거쳐 공급되며, 60여 가지 항목에 대한 수질 검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 공식적인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은 여전히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관리할 제도적 장치도 아직 미비한 상태입니다.

 

또한 정수장에서 사용하는 고속 여과지나 응집 침전 방식은 일반적인 부유물 제거에는 효과적이지만, 미세 섬유처럼 작은 입자들을 완전히 걸러내지는 못합니다. 특히 노후된 수도관에서는 내부 플라스틱 코팅이 벗겨지며 2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정수장에서 나올 때보다 더 오염된 상태로 가정에 도달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정부는 최근 들어 수질 감시 항목 확대와 미세 플라스틱 기준 마련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재의 수돗물 관리 체계는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오염원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며, 공공 시스템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단순히 환경이 아닌, 직접적인 건강 리스크로 이어지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개개인의 실천으로는 고품질의 정수 시스템 도입, 주기적인 필터 교체, 생수 대신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이 더 적게 배출되는 친환경 세탁 습관을 통해 수계 오염 자체를 줄이는 것도 간접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차원에서는 생수 병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다회용 물병을 사용하고,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 우려로 인해 생수 대신 자체 정수된 물을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학교나 공공기관에도 정수 시스템 도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수돗물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검사 의무화를 통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생수 제조 과정의 품질 관리 기준도 미세 플라스틱 포함 여부를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정수기 성능에 대한 인증 기준 역시 강화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낸 생활 폐기물의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식수는 생존의 기본이며, 이 기본권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단기적 대책을 넘어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보다 깨끗한 물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지금 우리는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