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례용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보이지 않는 일회용 오염물
장례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삶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의식이자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화된 장례절차는 점점 더 플라스틱 중심의 소비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관 내부의 완충재, 인조 비단 천, 손잡이 및 장식 부속품, 입관 시 입히는 수의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는 대부분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장례 후 폐기됩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장례용품은 자연 분해되지 않으며, 매장될 경우 토양에 장기적으로 잔류하거나 지하수로 스며드는 2차 오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회용 꽃다발, 인공 화환, 비닐 포장된 부의품 등도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들 역시 사용 직후 폐기되어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많은 이들이 “마지막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아 정성을 다하고 싶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정성은 환경에 해가 되는 일회용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장례산업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는 비닐과 플라스틱 복합재로 제작되어 재활용이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고인의 추모와 환경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화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방출
화장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플라스틱 오염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고인의 의복, 관 내부의 합성소재, 수의 속 장식품 등에 포함된 플라스틱 성분은 고온의 화장로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일부는 미세 입자로 공기 중에 방출됩니다. 특히 PVC나 나일론과 같은 합성 고분자는 연소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포함한 연기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퍼질 수 있으며, 화장시설 내부에 쌓이거나 외부 공기 중으로 배출되기도 합니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이러한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 고효율 연소 시스템이나 필터링 장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모든 시설에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유럽 환경청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장 주변 지역에서 공기 중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포착되기도 했으며, 이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화장 후 남은 유골함에는 유기물이 아닌 미세한 플라스틱 잔류물이 혼입이 되는 사례도 있으며, 이는 생분해가 어려운 입자로 장기 보존되거나 토양에 다시 매립될 때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화장 절차 전, 고인의 의복이나 관 선택 시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실천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화장로 내 고온 환경에서도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이 초미세 입자(PM1 이하)의 형태로 남아 주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기존 대기 필터로는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장례 종사자나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잠재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의 지점이 됩니다.
3. 친환경 장례문화로의 전환 필요성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장례문화 역시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에는 이를 반영한 ‘그린 장례(Green Burial)’ 또는 ‘에코 장례’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 분해 가능한 재료만 사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천연 목재로 제작된 무도장식 관, 유기농 면 소재로 만든 수의, 꽃 대신 재활용 종이로 만든 추모 리본 등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매장 시에도 시멘트 라이너나 방부제를 배제하고, 토양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에코 장례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유럽, 북미 등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그린 장례를 위한 공공묘지를 운영하고, 장례비를 절감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친환경 장례식장, 무포장 장례용품 전문 브랜드, 생분해 관 제작 업체 등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점차 대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마무리조차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현대인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친환경 장례 방식은 토양에 나무를 함께 심어 추모와 탄소 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더불어 장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여 종이와 인쇄물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어, 친환경 장례는 환경과 기술이 결합된 미래형 의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4.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장례문화의 작은 전환
플라스틱 없는 장례를 실현하기 위해, 일반 시민으로서도 다양한 실천이 가능합니다. 먼저 장례를 준비할 때 장례식장과 상의하여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장례용품을 선택할 수 있으며, 생분해 수의나 목재 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화환이나 조화를 대신해 기부나 나무 심기 캠페인으로 추모를 표현하는 것도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상을 가는 입장에서도, 비닐 포장을 생략한 부의금 봉투를 사용하거나, 무가공 종이로 된 카드 등을 활용하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례식장이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플라스틱 없는 장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체재를 적극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장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장례로 인한 환경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장면이지만,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더 이상 ‘한 번 뿐이니 괜찮다’는 생각보다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떠난 이후에도 남을 수 있는 것은 추억이어야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어선 안 됩니다.
'(미세)플라스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세 플라스틱의 대기권 순환: 하늘을 떠다니는 보이지 않는 오염 (0) | 2025.06.19 |
---|---|
플라스틱 없는 명절 보내기: 포장, 선물, 음식까지 친환경 전환법 (0) | 2025.06.18 |
반려동물과 미세 플라스틱: 사료, 장난감, 생활환경 속 숨은 위협 (0) | 2025.06.17 |
유아용 제품 속 미세 플라스틱: 장난감, 이유식기, 바닥매트의 실체 (0) | 2025.06.16 |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 중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 (0) | 2025.06.15 |
직장인 생활 속 미세 플라스틱 노출 원인과 차단법 (0) | 2025.06.14 |
임산부와 태아에게 미치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 (0) | 2025.06.13 |
미세 플라스틱과 뇌 건강: 신경계에 미치는 가능성 있는 영향 (0) | 2025.06.11 |